대한민국 조선업은 울산, 거제, 목포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산업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용접, 도장, 조립, 배관 등의 고강도 작업에 종사하며 국가 수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성과 기술력 뒤에는 조선업 종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습니다. 조선소 현장은 소음, 고열, 협소한 작업공간, 중량물 취급 등 다양한 유해요인이 많이 존재하는 고위험 환경입니다. 그만큼 직업병 발생률도 매우 높습니다. 청력 손실, 근골격계 질환, 정신적 스트레스 및 안전사고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매년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과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일을 하려면 직원들의 건강이 최우선 되어야 합니다. 본 글에서는 조선업 직업병의 실태를 세 가지 주요 카테고리로 청력, 근골격, 안전으로 나누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예방 및 개선 방안을 함께 찾아보고자 합니다.
청력 손실: 소음노출의 위험성
조선업 현장은 기본적으로 고소음 환경입니다. 선박을 만들기 위해 강철을 절단하고, 용접하고, 연마하는 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90~120dB에 달하는 소음이 발생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도시 교통 소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청각세포가 손상되어 난청 또는 이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청력 손상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직업병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며 작업자 본인이 인식했을 때는 이미 청각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5년 이상 조선소에서 근무한 근로자 중 약 40% 이상이 청력 저하를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조선소는 다양한 소음의 원인이 존재하는 복합적인 환경이므로, 단순히 귀마개 하나로는 보호가 어렵습니다. 소음의 원인이 다수이고 지속적인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중 보호구(귀마개 + 이어 머프)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또한, 사업주는 소음 노출 근로자에게 연 1회 이상 청력 검진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검진 결과에 따라 직무 재배치, 보청기 지급, 산업재해 신청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예산 부족, 인력 문제, 업무 강도 등의 이유로 보호구 미착용, 검진 누락, 방음시설 미설치 등 제도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청력 손상을 방지하려면 근로자 개인의 보호 노력과 함께, 사업장의 구조적 변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방음 커버 설치, 소음 차단 장비 도입, 정기 교육과 보호구 지급 등은 모두 필수입니다. 무엇보다도 소음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대응 문화가 조선업 전반에 정착되어야 합니다. 일을 할 때 보호구 착용이 많이 불편하겠지만 꼭 착용해야 합니다.
근골격계 질환: 반복작업과 무리한 자세
조선업은 단순한 반복작업이 아닌, 육체적으로 매우 고강도의 활동이 반복되는 산업입니다. 중량물 운반, 불균형한 자세, 협소한 작업공간에서의 지속적인 작업 등은 근골격계에 큰 부담을 줍니다. 용접공은 수 시간 동안 불안정한 자세로 작업을 이어가야 하며, 도장공이나 배관공은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팔꿈치, 어깨, 척추, 무릎 등 신체 주요 관절과 근육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게 되며, 장기적으로 관절염, 디스크, 회전근개 파열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고 수년간의 작업 누적 결과로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형 조선소나 협력업체 소속의 근로자들은 정기 건강검진의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사업장이 작업자의 신체 조건을 고려한 작업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 리프터, 유압 테이블, 조절 가능한 발판 등 인체공학적 장비를 도입하면 근골격계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들에게는 체계적인 근골격계 질환 예방 교육과 스트레칭 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합니다. 1일 10분의 준비운동과 마무리 스트레칭만으로도 통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국가의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도 ‘근골격계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참여 기업에게는 전문가 파견, 진단, 개선 컨설팅 등을 무상 지원하고 있으므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안전사고와 정신적 스트레스
조선업은 단지 신체적 부담만이 아닌, 정신적 스트레스와 직결된 다양한 위험요인이 존재합니다. 고소작업, 협소한 선체 내부 작업, 고온 다습한 환경, 화학물질 노출, 장시간 야근 등은 사고 위험뿐 아니라 심리적 불안과 피로 누적을 초래합니다. 대표적인 안전사고 유형으로는 추락, 협착, 낙하, 화재, 감전 등이 있습니다. 특히 사망으로 이어지는 중대재해의 상당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미준수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안전고리 미착용, 보호장비 미지급, 비정형 구조물 작업 중 안전 발판 부재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안전사고를 가까이에서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한 근로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면증, 불안장애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조선소에서의 지속적인 긴장감, 소음 스트레스, 야간작업은 정신 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심리적 문제는 결과적으로 집중력 저하, 사고 증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사고 예방은 단지 사고율을 낮추는 것이 아닌, 근로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근로자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해 사업장은 정기적인 안전교육 외에도, 심리상담 프로그램, 휴식시간 보장, 직무순환제 도입, 사내 멘털헬스 전담 인력 배치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중대사고 발생 후에는 반드시 사후 심리치료와 의료지원 체계 제공이 바람직합니다. 안전사고 예방과 스트레스 관리는 단순한 의무가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핵심입니다.
조선업은 대한민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입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청력 손실, 근골격계 질환, 정신적 스트레스와 같은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존재합니다. 청력은 보존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고, 근골격계 질환은 수년간의 통증과 치료를 요구하며, 안전사고와 정신질환은 생명과 삶의 질을 위협합니다. 이제는 이 문제들을 단순한 산업의 특성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산업 전체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제도 보완과 근로환경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기업은 안전한 장비와 보호체계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집행하며, 근로자는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과 국가도 당연히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근로자 본인들도 스스로 안전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합니다. 본인의 건강은 본인이 챙기는 것입니다.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