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는 노후 선박 폐선이 본격화되면서 해체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글로벌 선령 제한과 스크랩 철강 수요 증가가 겹치며, 폐선은 단순한 노후 선박 처분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 되었습니다. 이제 조선업은 건조를 넘어서 해체까지 아우르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폐선 증가 배경과 해체 시장의 현황, 그리고 한국 조선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응 전략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폐선 증가 배경 (환경규제, 선령 제한, 경제성)
2025년에도 세계 해운업계는 노후 선박의 대량 폐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3~2024년에 도입된 IMO의 탄소규제 기준은 2025년부터 본격적인 운항 제한과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선박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탄소 집약도 지표(CII)와 에너지 효율지수(EEXI)의 적용 강화입니다. 기준 미달 선박은 운항 허가 자체가 제한되거나, 막대한 개조 비용이 발생합니다. 특히 20년 이상 된 선박은 탄소 집약도 지표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장비 개조가 사실상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조기 폐선이 더 유리한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또한 2025년부터 유럽연합은 선령 제한 기반 항만 입항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권 대형 항만들도 자율 기준을 도입하고 있어, 선박 노후화에 대한 글로벌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5년 상반기 철강 스크랩 가격은 전년 대비 8~12% 상승했고, 고철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선박 해체의 수익성이 높아졌습니다. 폐선은 단순한 처분이 아닌 현금화 수단이자 철강 시장의 공급원이 된 셈입니다.
따라서 선사와 조선소 모두 폐선과 신조선 교체 전략을 주력 경영방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글로벌 해체 수요는 향후 3년간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해체 시장의 현황과 구조 (인도, 방글라, 환경 문제)
2025년 세계 선박 해체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남아시아 3개국인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이 쥐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체 폐선 처리량의 약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인건비와 단순 해안 좌초 방식(비치 해체)으로 빠른 해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점차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일부 해체 조선소는 2024년 말 기준 EU 해체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불인증 처리 됐으며, 국제 선사들은 환경 리스크로 인해 지속가능한 해체소를 선호하는 흐름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승인된 해체시설 리스트를 통해 환경안전 기준 미달 국가에 폐선을 의뢰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두바이 등의 중립적 해양 클러스터들이 친환경 해체 허브로 부상 중입니다.
반면 한국은 해체 산업 진출이 미비한 상태이지만, 기술적 기반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일부 민간기업과 지방정부 주도 하에 자동화 해체 시스템, 오염물질 안전 제거 기술, AI 기반 구조 분석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친환경 고부가 해체 시장을 중심으로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해체 수요가 저가 컨테이너선 중심에서, 고가 탱커, 가스선, 크루즈선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일반 해체소가 아닌 고도화된 기술을 갖춘 국가에 유리한 시장 재편을 의미합니다.
한국 조선업의 대응 전략 (기술, 제도, 산업 생태계)
2025년 한국 조선업계는 건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 생애주기 대응 체계, 즉 건조에서부터 운항과 해체를 아우르는 산업 모델 구축이 꼭 필요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 기준을 만족하는 고부가 해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후방 산업 진출은 단순 수익 다변화를 넘어 ESG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우선 기술 측면에서는 AI 기반 선박 구조 해체 시뮬레이션, 용접 부위 잔류물 제거 로봇, 스마트 환경 모니터링 장비 등의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조선소 일부는 자체 해체 설비 확보 또는 외부 해체 전문업체와의 합작투자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체 기능을 수직 계열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책 측면에서도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조선해체 R&D 클러스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울산과 목포에 파일럿 해체 부두를 구축 중입니다. 이를 통해 민간 주도의 친환경 해체산업 생태계 조성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인식 전환입니다. 해체는 위험하고 저부가라는 오래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산업, 자원 재활용의 핵심, 친환경 인증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조선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역방향으로 분석하고 제어할 수 있는 정밀 해체 기술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중소 조선소의 틈새 전략, 조선기자재 기업의 해체 부품 사업 확장, 대형 조선소의 해체 플랫폼화 등 다양한 모델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데 해체 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박 해체 산업은 단순한 노후 선박 처리 차원을 넘어, 기술력·정책 대응, 자원 순환이 결합된 첨단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제 해체는 조선업의 마무리 단계가 아닙니다. 새로운 수익 창출과 ESG 경쟁력을 위한 시작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기존의 건조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해체를 포함한 전 생애주기 산업 구조로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환경 규제 흐름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해체 산업을 선택할지 말지를 고민할 시점이 아닙니다. 해체는 이미 조선업의 본질적 일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누가 더 빠르게 방향을 설정하고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느냐에 따라 미래의 경쟁력이 갈립니다. 한국은 기술력과 인프라 모두 갖춘 유력 주자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과 실행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