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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 조선소 쇠퇴 도시 (사세보, 영도, 히로시마)

by hhuya02 2025. 7. 9.

일본과 한국 조선소 쇠퇴 도시

한때 ‘국가경제의 엔진’이라 불리던 조선업은 도시의 흥망을 좌우하던 주요 산업이었습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조선업 강국으로 성장하며 지역 도시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수많은 조선소들이 사라지거나 쇠퇴하면서 해당 지역의 정체성과 생계 기반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대표적인 조선업 쇠퇴 도시인 사세보, 영도, 히로시마를 중심으로 산업 쇠퇴의 양상과 그 후의 도시 변화, 지역 대응 전략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세보의 쇠퇴: 군함의 도시에서 조선업 도시로, 그리고 침체로

일본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사세보는 19세기말 일본 제국 해군의 주요 거점으로 출발해, 이후 조선소 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군산복합 도시입니다. 사세보중공업은 일본 해군 군함 건조를 비롯해 대형 선박 제조까지 도맡으며 지역 경제를 이끌었지만, 1990년대 이후 방위 예산 축소와 민간 선박 발주의 감소로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세보는 조선업 외 대체 산업이 뚜렷하지 않았기에, 조선소 축소는 곧바로 실업률 증가와 인구 유출로 이어졌습니다.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떠났고, 남아 있는 인구는 고령화되어 지역 활력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현재 일부 군 관련 부품 조립이나 관광 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존 제조업 기반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영도의 변화: 조선소 중심지에서 문화·관광지로 탈바꿈

한국 부산의 영도는 한때 국내 최대 조선소들이 밀집했던 산업 중심지였습니다. 특히 한진중공업이 영도를 대표하는 조선소로 자리 잡아 수십 년간 지역 경제의 주축이 되었고, 수만 명의 근로자와 협력업체들이 이 지역에 상주하며 산업 생태계를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 한진중공업의 수주 부진과 경영 악화,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조선소 기능이 축소되었고, 2020년대 들어서는 사실상 대형 선박 건조가 중단되면서 쇠퇴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영도의 가장 큰 특징은 쇠퇴 이후 재개발과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산시는 영도 조선소 부지를 복합 해양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영도 혁신도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조선업의 유산을 살리기 위한 산업유산 보존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의 조선업 흔적과 도시의 회복 전략

히로시마는 전쟁의 폐허에서 빠르게 복구된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일본의 중요한 조선업 도시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 히로시마 조선소는 20세기 초부터 군수산업과 대형 선박 제조의 중심지였으며, 전후에는 상선 제조와 수리 중심으로 전환되어 일본 조선업 재건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히로시마의 특징은 빠르게 ‘탈조선화’ 전략을 수립하고, 고부가 제조업과 기술 중심 산업도시로 포지셔닝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정밀기계·로봇제조 기업들이 입주하며 산업 다각화를 이뤘고, 지방정부 차원의 청년창업 지원과 혁신 생태계 조성이 도시 회복을 이끌었습니다.

조선업의 쇠퇴는 단순한 산업의 위축을 넘어 지역 도시의 정체성, 고용, 인구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화입니다. 일본의 사세보는 쇠퇴 후 정체된 도시, 히로시마는 전환 성공 도시로, 한국의 영도는 문화재생 도시로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선소가 사라진 이후 무엇을 채우고, 어떤 비전으로 도시를 재구성할 것인가입니다. 조선업이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지금, 이 도시들의 사례는 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한 나라의 도시를 쉽게 탈바꿈할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 국가와 기업들, 개인들의 노력으로 천천히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