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자리 잡았던 한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 과잉 공급 등의 이유로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현대중공업은 다시금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눈부신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의 탈탄소화가 국제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선박 기술이 조명받기 시작했고, 현대중공업은 이 흐름에 발맞춰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며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부의 전방위적 정책 지원도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부활 이유를 기술, 사업 전략, 정책 세 가지 측면에서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친환경 기술 전략
지금의 조선업은 단순히 배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국제 해양환경 보호 기구인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국제해사기구)가 2030년까지 기존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세계 각국의 선주들은 연료 효율이 높은 친환경 선박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이 같은 변화를 예측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LNG 추진선과 암모니아 추진선을 들 수 있습니다. LNG 추진선은 값은 저렴하지만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 대신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연소 시 온실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대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높은 안전성과 엔진 설계가 요구되기 때문에, 아직은 소수 조선사만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친환경 선박을 연구개발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박의 항로와 연료 효율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주는 스마트십(Smart Ship) 기술도 적극 개발 중입니다. 스마트십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시스템입니다. 선박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연비 최적화를 자동으로 제안해 운영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은 환경 규제에 민감한 글로벌 선주사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조선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수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친환경 선박 제작을 넘어서, 기술 중심의 그린 조선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과거 조선업은 ‘많이 짓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난이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기업 생존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단가가 낮은 벌크선이나 일반 화물선보다, 기술력과 안전성, 연료 효율을 중시하는 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군함, 쇄빙선 같은 특수선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LNG 운반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입니다. 이 선박은 액화 상태의 천연가스를 영하 16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로 유지하면서 전 세계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로 정밀한 설계와 고급 기술이 요구됩니다. 특히 선체 내부의 멤브레인형 저장 탱크나, 외부 온도 변화에도 견디는 이중 격벽 설계는 조선 기술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구현이 어렵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러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카타르, 미국, 프랑스 등 천연가스 생산국과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LNG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함과 잠수함 등 방위산업 관련 선박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 해군의 주요 함정을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방산 조선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일반 상선보다 정밀도가 높은 설계와 보안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 분야 역시 고수익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은 단순히 선박을 건조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선박 유지·보수, 연료 효율화 솔루션 제공, 친환경 개조 서비스 등 After Service(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로써 한 번의 선박 판매가 아닌, 선박 수명 전체에 걸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셈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조선업은 단순한 민간 산업이 아닙니다. 국가 전략 산업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업 성과에 큰 영향을 줍니다. 한국 정부 역시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지원책을 시행 중입니다.
먼저, 친환경 선박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 자금 중 일부를 정부가 보조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친환경 선박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사(선박 소유 회사)들이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일정 비율의 금융 지원 및 정책 자금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지역은 ‘국가 조선산업 특화 단지’로 지정되어 법인세 감면, 고용 보조금, 산업용 전기세 할인 등 다양한 지역 인센티브를 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조선 기자재 기업(부품 제조 업체)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자금 및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전반이 기술적으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고용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정부의 고용 촉진 지원금 제도를 활용해 수천 명 규모의 기술직 채용을 재개했고, 이는 지역 청년층의 고용 확대와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가 산업 구조의 회복력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지원의 효과는 매우 큽니다.
현대중공업은 단순한 조선업체를 넘어,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스마트 제조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환경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친환경 기술 확보, 고부가가치 중심의 전략적 수주, 그리고 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 기반 확보는 그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회복과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조선업 관련 산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산업정책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현대중공업은 반드시 눈여겨볼 기업입니다.